한 해의 시작과 끝
다소 늦은 12월의 이슈. 알다가도 모를 나의 건강 탓에 또 스트레스 탓에 이렇게 미뤄져버렸다. 뒤늦게 연말임을 실감하고 나의 한 해를 마무리 해본다.
몇해 전부터 칼바람이 매서워도 코트를 입을 수 있는 겨울을 특히 좋아하게 되었다. 이 계절 동안은 내가 좋아하는 오버핏 코트를 맘껏 입고 나설 수 있으니 - 투박하지만 정갈한 분위기를 풍기는 평소 내가 제일 아끼는 코트를 말이다.
찬 겨울이 와도 코트깃을 여미고 주머니 속에 두 손을 푹 찔러넣고 다니다보면 이 정도 추위쯤 견딜 만하네 했었더랬다. 거기에 경쾌한 소리를 내는 나무굽 부츠와 함께 하면 기분은 더욱 좋았다.
힘주어 계속해서 걷다보면 어느새 등 언저리부터 열기가 느껴졌고 그렇게 좋아하는 나의 코트 속에 따스한 온기를 품고 소중한 내 사람들을 만나러가는 연말의 외출은 짖궃은 날씨에도 구애받지 않았다.
올해는 어떤 연말을 보내야할까 생각한다.
무엇을 할지 보다 어디를 가야할지 더 고민스러웠다. 연말은 전국팔도, 해외 어딜가나 소란스러울게 뻔하니 말이다. 해가 거듭될수록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 하고싶음이 간절하다.
물론 연말 특유의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이 맴도는 그런 소란스러움 정도는 감안해야겠지만 사람들로 가득 메워진 거리 보다는 아늑한 공간에서 연말을 보내고 싶다. 하여 평소 눈 여겨보던 아늑한 곳을 소개하기로 한다.
ⓐ 목원의 서촌가락 /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7길 59
서촌 골목에 위치한 60년대 클래식함이 느껴지는 작은 식당. 뜨끈한 국수 한 그릇으로 가볍게 배를 채우고 파전과 막걸리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 좋은 공간이다. 전, 무침에서부터 곤드레밥까지 여러가지 제철음식과 시중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브랜드의 막걸리가 있어 취향에 맞게 메뉴 선택이 가능하다. 특별한 날보다는 매일 오는 단골집이 더 어울리는 공간이지만 시골집 같은 이 곳 특유의 내추럴한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다.
ⓑ 일상다반사 /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33 BOAN1942 1층
연말이라해서 꼭 술자리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을까. 따뜻하게 내어주시는 말차 한 잔을 마시고서 건물 내 전시를 둘러보아도 좋을 것 같다. 지금은 많이 알려져 다소 북적이는 공간이 되어 아쉽지만 그래도 공간이 주는 아늑함은 여전했다.
ⓒ 레스쁘아 뒤 이부(L'espoir du Hibou) /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33
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보내고싶은 연인들에게 권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. 입보다는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고 했던가. 은은한 조명 아래 벽면을 가득 메운 목재의 따뜻한 컬러와 딥그린 컬러의 레더소파가 어우러진 이 곳의 첫인상은 강렬했다. 반짝이는 커트러리와 클래식한 테이블웨어 마저도. 메뉴는 코스요리로 메뉴선택이 가능하고 전체 코스는 1시간 반정도 소요되어 차분히 얘기 나누며 식사를 즐길 수 있다. 메인메뉴와 다른 메뉴들도 물론 맛있었지만 치즈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멜팅치즈가 가득 얹어진 진한 양파스프가 단연 최고였다. 레스토랑은 100% 예약제로 운영되니 방문 전 참고하길 바란다.